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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뱅이네 이야기

귀향 그리고 엄마와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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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4년간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완도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한 형님으로부터 받은 편지의 글귀처럼 그곳에서
'정신없이 바쁘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무시하고, 무시받는 일상'을 살면서
따뜻한 엄마의 품이, 엄마가 해주시는 밥과 반찬이, 잔잔하고 느릿느릿한 완도의 풍경과 일상이
진심으로 그리웠습니다.


막상 돌아오니 아빠는 가두리를 돌보시느라, 엄마는 가게(5월말에 건어물 가게를 차렸어요. 축하 좀...^-^;;)를 보시느라 저는 찬밥 내지는 엄마의 가게 점원(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ㅋㅋ)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좋네요. ㅋㅋㅋ


엊그제는 한참 가게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계셔야 할 엄마가 보이지 않는거예요.
그래서 가게 옆으로 가봤더니 엄마가 하늘을 보시며 입을 못 다물고 계시더라구요.
막 중얼중얼 뭐라고 말씀도 하시고...
갑자기 덜컥 겁이나서 무슨 말을 하시나 자세히 들어보니...






귀한거? 뭐 금이라도 있나? 딴다고? 그럼 도박판(이런걸 생각해내다니...)이?
그냥 놔두면 썩는다니... 설마 시ㅊ...(얘! 얘! 정신차려라).

나쁜 상상들이 머릿속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찰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엄마에게 혹시 아주 위험한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엄마는 피식 웃으시면서~






(엄마, 랩은 어디서 배운거야? 라임도 맞출 줄 아는거야??) 복숭아 얘기를 하시는 겁니다.
'응? 공터(저희 가게 옆에는 버려진 땅-흙...안타까워라...-이 있거든요)에 웬 복숭아?' 싶어서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진짜 잘익은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겁니다~
(본래의 고운색이 나타나질 않네요. 제 손에는 정말 못말리는 마이너스의 기류가 흐르나봅니다. 흙흙...)
하지만!!!







문제는 나무가 너무 높이 있다는 거~ 엄마가 왜 그리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참 높고 멀죠잉? ㅠ.ㅠ






갑자기 산들산들 바람이 불자 복숭아 나무가 마구 흔들거리더라구요.
엄마는 노심초사...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마침 바다에서 돌아와 엄마와 내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뒷길로 가면 딸 수 있다며 올라가셨지만
안되겠다며 허탈하게 빈손으로 돌아오시고...






'이대로 복숭아는 포기해야 하는건가' 가슴 아파하며 잠시 가게에 다녀왔더니
엄마가 진심으로 기쁜듯이 웃고계신겁니다.

알고보니 가게 맞은편에 있는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께서 매년 복숭아들을 따드셨는데
올해도 복숭아를 따기 위해 오셨다가 엄마의 얘기를 듣고
몇개 나눠주기로 하셨다는 겁니다. 
엄마 뒤에 보이는 분들이 그 아저씨들이세요.(오... 감사합니다) 






아빠와 엄마의 짧은 면담시간이 끝나갈 때즈음 아저씨들이 복숭아를 가지고 돌아오셨습니다.








이게 아저씨들께서 힘들게 따오신 복숭아입니다.
이게 그토록 엄마의 애간장을 태웠던 복숭아입니다.
이게 아버지로 하여금 엄마와 진실한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했던 복숭아입니다.


멀리서 봤을땐 깨끗하고 싱싱하고 잘익은 복숭아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상처도 많고 덜 익었더라구요.
(그래도 아저씨들께는 여전히 감사!!!)







어쨌거나 저쨌거나 엄마는 그토록 원하던 복숭아를 품에 넣게 되셨고
아주 아주 만족하시며 가게로 돌아오셨습니다.
(먹어보니 약을 안쳐서 그런지 더 새콤하면서도 껍질쪽은 달콤한게 참 맛있더라구요. ^-^)






엄마가 복숭아를 좋아하시는 것 만큼 저는 자두와 파인애플을 좋아해요.
제 친구는 딸기를 너무 좋아해서 뺏어먹었다간 거의 의절하기 전까지 토라지구요.
여러분도 그만큼 좋아하는 과일이 있으세요? 어떤 과일이 인기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서요. ㅋㅋ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그때까지 건강!!!








덧. 앙~ 너무 오랜만인데 추천 안해주심 섭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