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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뱅이네 이야기

"딸내미! 맛있게 묵어라잉~" 아빠 친구의 깜짝 선물!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버지께서 사과 같을 것을 보듬고 오셨습니다.
무엇인가 봤습니다. 그것은 석류.




어디서 구하셨는지 물었습니다.
"아빠 친구가 석류를 팔겠다고 나무를 심었거든. 그래서 우리도 먹어보라고 주더라"
호오... 미녀는 아니지만 석류를 좋아하기에 냉큼 받았습니다.
잘 익었는지 껍질이 벌어져 알맹이가 보이더라구요.




총 여섯 알을 주셨는데 그중 가장 매끈매끈한 걸로 골라서
허압! 쪼개보았습니다.
제가 악력이 좋아서 그런지 석류가 양손에 착! 달라 붙은 것처럼 잘 쪼개지더라구요. ㅋㅋ(나름대로 자랑...)




예쁘죠? 투명함을 물들이는 붉은색이 매력적입니다.
촉촉해 보이지만 사실 알갱이 표면이 아주 탄탄해서 물기 같은 건 묻어나지 않았어요. 터지지도 않구요. 후후...




맛이요? 상큼 달콤~하면 좋았겠지만... 하앍하앍...
이란산 석류맛에 익숙한 분들께는 '비추'입니다.
정말 새콤하거든요~ 진짜 셔요~ (한 알만 씹어도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원래 신 건 아니고 딴 지 얼마 되지 않아 숙성이 덜 되어서 그런거라 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우리(나라) 땅에서 자란 거라 그런지 훨씬 신선하고 건강한 석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ㅋㅋ



석류 이야기를 여기서 마치려니 아쉽네요~
문학소녀(나이부터가 소녀가 아니라니깐!)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시 하나(제목이 '석류'거든요~ㅋ) 옮겨봅니다.


              석류

                                              - 나희덕

석류 몇 알을 두고도 열 엄두를 못 내었다
뒤늦게 석류를 쪼갠다
도무지 열리지 않는 門처럼
앙다문 이빨로 꽉찬,
핏빛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네 마음과도 같은
석류를
그 굳은 껍질을 벗기며
나는 보이지 않는 너를 향해 중얼거린다
입을 열어봐
내 입 속의 말을 줄게
새의 혀처럼 보이지 않는 말을
그러니 입을 열어봐
조금은 쓰기도 하고 붉기도 한 너의 울음이
내 혀를 적시도록
뒤늦게, 그러나 너무 늦지는 않게
 
(이 시는 2001년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된 「어두워진다는 것」이란 시집에 실려 있습니다.
마음에 드시는 분은 구입해서 읽어보세요.^-^ - 어머! 광고? ㅋ)



아버지께서 석류를 가져오신 다음날이었습니다.
가게를 지키며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웬 큰 포대가 책상 앞에 투욱!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어이쿠! 깜짝이야!!)

이어 점점 멀어지는, 익숙지 않은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딸내미! 묵어~~"
목소리를 따라 나가보니 웬 아저씨 한 분이 차도에 세워둔 트럭을 타고 휘익~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포대에 든 것이 뭔가 싶어 보니 그것은 고구마!!!




"엄마~~ 웬 아저씨가 고구마 던져주고 갔어!!!"
후다닥 엄마가 나와서 보시더니
"이잉~ 아빠 친구. 아저씨 처가에서 고구마를 키워서 줬는데 얼마나 많이 줬는지
씩씩 니정나다고(씩씩 니정나다 = 질려버렸다)고 하길래 네가 고구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준다고는 했었는데...
세상에 집에서 여기까지 왔다 갔다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이왕 왔으면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지... 고맙다고 전화해야겠다"고 하시고는 고구마를 가지고 부엌으로 가셨습니다.
(희안하게 생긴 고구마가 많았습니다. 엄마가 오른손에 들고있는 고구마보다 훨씬 긴 것도 있었어요.ㅋ)
 



엄마가 부엌으로 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달콤 달콤 구수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더니 
와우~!!! 10분 만에 군고구마가 되어 왔습니다.
역시나 두 동강을 낸 다음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올레~!!! 밤고구마였습니다.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어요.
감동의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주룩주룩...
(먹는 동안 '아저씨 복 원없이 받으실 거예요~'를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두 가지로 아빠 친구분들의 선물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ㅋㅋ
석류를 가져오기 이틀 전에 다른 아저씨께서 강아지 한 마리를 주고 가셨거든요~
사료를 먹이고 바로 짐칸에 실어와서 침과 구토의 흔적 가운데서 떡실신 직전이었는데
조금 지나니 경계도 풀고 잘 따르더라구요. 후후...(언니 나쁜 사람 아니야~)
이름은 엄마의 의견을 따라서(무조건 호동이어야 한다 해서 제가 주장했던 '검정'이나 '흑두부'는 묵살되었다죠)
호동이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꼬리치고 킁킁댈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는 순둥이라 걱정이긴 하지만 좀 귀엽죠? ㅋㅋㅋ 




하앍... 오랜만에 쓰는 거라 너무 길어졌네요.
피로해진 눈을 위한 사진 두 장 보여 드릴게요~^-^
외할머니 댁에서 꺾어온 금목서예요.




주황색의 몽글몽글 조그맣고 예쁜 꽃들이 가지에 주렁주렁~
금목서는 눈도 즐겁지만 코가 행복해지는 꽃이예요.
달콤한 향기가 진하게 풍기거든요~ 약간 복숭아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아~ 표현력이 부족하네요. 기회가 되시면 꼭 맡아보시기를!!! (9~10월에 피어요~)



덧.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
주말, 즐겁게 보내기요~!!! ^-^